형식은 사무실에 들어갔다. 벌써 상학종을 쳐서 교사들은 다 교실에 들어가고 배학감이 혼자 궐련을 피우고 앉았다가 형식을 슬쩍 보고 고개를 돌린다. 형식은 문득 불쾌한 생각이 났으나 잠자코 분필통과 책을 들고 이층 사년급 교실에 들어갔다. 형식은,
“시간이 늦어서 미안하외다” 하고 반가운 듯이 교실을 둘러보았다. 희경이가 형식을 슬쩍 보더니 웃으며 고개를 숙인다. 다른 학생들도 빙글빙글 웃으며 형식을 쳐다보기도 하고 서로 돌아보기도 한다. 김종렬이가 혼자 웃지도 아니하고 점잖게 앉았다.
형식은 책을 펴서 책상 위에 놓고 교의에 걸어앉아서 수상한 듯이 일동을 본다. 형식의 가슴에는 말할 수 없이 불쾌한 생각이 난다. 학생들의 태도가 암만해도 수상하다 하였다. 전에는 이러한 일이 없었다. 오늘은 학생들의 태도에 자기를 비웃는 빛이 보인다. 그러나 형식은 웃으며,
“왜들 나를 보고 웃으시오…… 자 시작합시다. 제 십팔과…… 김군 읽어 보시오.”
학생들은 참다못한 듯이 한꺼번에, “와!” 하고 웃는다. 책상 위에 이마를 대고 끽끽 하며 웃는다. 학생들의 등이 들먹들먹한다. 형식은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 부끄럽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였다. 그래서 발을 구르며 책망도 하고 싶고 소리를 내어서 울고도 싶었다. 형식은 벌떡 일어나서 엄한 목소리로,
“이게 무슨 일들이오? 무슨 버르장머리들이란 말이오?” 하고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그 말소리는 떨렸다. 일동은 웃음을 그치고 모두 바로앉았다. 희경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연필로 책상에 무엇을 그적그적한다. 김종렬은 여전히 시치미떼고 앉았다. 형식은 차마 가르칠 생각이 없다. 가슴이 활랑활랑하고 숨이 차다. 자기가 사오 년간 전심력을 다 바쳐서 가르치던 자들에게 모욕을 받은 것 같아서 참 분하였다. 저편 교실에서는 수학을 강의하는 모양이더니 학생의 웃음 소리와 형식의 큰소리가 나자 갑자기 말이 끊어진다. 아마 이편 교실 모양을 엿듣는 듯하다. 형식은,
“무슨 일이오, 누구든지 말을 하시오. 학생들이 그게 무슨 행위란 말이오? 말을 하시오!” 일동의 시선은 김종렬에게로 몰린다. 희경은 더욱 고개를 숙이고 다리를 흔들흔들하면서 연필로 무슨 글자를 쓴다. 김종렬은 우뚝 일어선다. 학생들은 형식과 종렬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빙끗빙끗 웃기도 하고 서로 쿡쿡 찌르기도 한다. 어떤 자는 소곤소곤 이야기까지 한다. 형식의 머리터럭은 온통 하늘로 올라가는 듯하였다. 종렬은 연설하는 사람 모양으로 한번 기침을 하더니,
“선생님, 한마디 질문할 말씀이 있습니다” 하고 형식을 노려 본다. 형식은 ‘질문’이라는 말에 몸이 으쓱하였다. 그러나 아무런 일이라도 상관없다 하는 용기도 난다. 그래서 종렬을 마주보며,
“무슨 질문이오?”
“선생님 그 동안 어디 갔다 오셨습니까…… 제가 질문이라 함은 그것을 가리킴이외다” 하고 자리에 앉는다. 일동의 시선은 형식의 입으로 모인다. 형식은,
“그래, 평양 갔다 왔소. 그래서? 그러니 어떻단 말이오?”
“무엇 하러?” 하고 어떤 학생이 혼자말 모양으로 묻자 다른 어떤 학생이, “누구하고?” 한다. 학생들은 또 한번 끽끽 웃는다. 또 어떤 학생이, “누구를 따라서?” 한다. 형식은 다 알았다. 종렬이가 다시 일어나며,
“평양은 무슨 일로 가셨습니까? 학교를 쉬고 가시는 것을 보매 무슨 중대한 사건이 발생한 줄을 추측하기 비난합니다마는…….”
형식은 말이 막혔다.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자기도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게 한참이나 가만히 섰다. 학생들은 또 웃는다. 누가, “계월향이 따라서 후후” 한다.
이때에 배학감이 쑥 들어오며,
“이선생, 왜 이렇게 교실이 소요하오? 다른 교실에서 상학할 수가 없구려” 하고 학생들을 돌아보며, “왜들 이렇게 떠드오?” 하고 돌아서서 나가려 할 적에 학생 중에서, “계월향!” 하고 소리를 지른다. 배학감은 형식을 한번 흘겨보고 문을 닫고 나간다. 형식은 고개를 들어 학생들을 둘러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사 년간 교정이 이에 다 끊어졌소. 나는 가오” 하고 교실에 나왔다. 교실에서는 웃는 소리, 지껄이는 소리가 들린다. 형식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사무실로 들어가 모자를 집어 들고 어디로 달아나리라 하였다. 그러나 배학감이,
“여기 좀 앉으시오그려” 하고 의자를 권하므로 아무 생각도 없이 의자에 앉아서 궐련을 끄집어내어 불을 붙였다. 배학감은,
“그 동안 어디 가셨어요?”
“녜, 평양 좀 갔다 왔어요.”
“아마 재미 많으셨겠습니다. 평양 경치가 좋지요?”
“노형은 나를 조롱하시오?” 하고 형식은 배학감을 흘겨보았다. 배학감은 웃으면서,
“아, 그렇게 성내실 것은 없지요. 남자가 기생을 좀 데리고 논다고 그렇게 흠할 것은 아니니까…… 다만 이선생님께서는 너무 고결하시니까 그런 일이 없을 줄 알았단 말이지요. 나는 계월향이가 이선생의 사랑하는 계집인 줄은 몰랐구려. 벌써 알았더면 그러한 실례는 아니하였을 것인데, 그렇게 계월향을 감추실 게야 있어요. 우리 같은 사람도 그 얼굴이나 보고 소리나 듣게 해주시지요. 허허 참 복 좋으시오.”
“이기지심으로 탁인지심(以己之心度人之心)이로구려! 이형식이가 노형같이…….”
“흥, 무론 노형은 고결하시지요, 성인이시지요, 유하혜(柳下惠 : 신문관본에는 ‘백이숙제’로 바뀌어 있음―편자 주)시지요.”
형식은 주먹으로 책상을 탁 치고 교문을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