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은 말이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 제가끔 제 생각을 하였다. 한참이나 이러하다가 노파가 숨이 차서,
“여봅시오, 이 일을 어찌해요?” 하고 형식과 우선의 눈을 번갈아 본다. 노파의 일생에 남의 일을 위하여 이처럼 진정으로 슬퍼하고 걱정하고 마음이 괴로워하기는 처음이라. 노파는 어젯저녁에 진정으로 영채를 안고 울던 생각을 하였다. 그때에 영채가 생각하던 바와 같이 노파가 진정으로 남을 위하여 눈물을 흘린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영채의 입술에서 흐르는 피가 따끈따끈하게 노파의 손등에 떨어질 때에, 또 영채가 “남들이 다 내 살을 뜯어먹으니 나도 내 살을 뜯어먹으렵니다” 하고 피 나는 입술을 더욱 꼭꼭 물어뜯을 때에 노파의 마음은 진실로 거북하였었다. 그때에 노파가 영채의 뺨에다 자기의 뺨을 대고 엉엉 소리를 내어 울 때에는 노파의 마음은 진실로 ‘참사람’의 마음이었었다. 그때에 노파가 마음속으로 영채를 향하여 합장 재배할 때에 노파의 영혼은 더러운 죄 껍데기를 벗어 버리고 하느님이나 부처의 맑은 모양을 분명히 보았다. 그러고 자기가 이백 원에 사서 돈벌이하는 기계로 부리던 월향이라는 기생의 속에는 자기가 절하고 우러러볼 만한 무엇이 있음을 보았다. 그러고 명일부터는 영채를 자유의 몸을 만들고 자기도 새로운 사람이 되어서 영채와 자기와 정다운 모녀가 되어 서로 안고 서로 위로하며 즐겁게 깨끗하게 세상을 보내리라 하였다. 그러고 자리에 돌아와 벌써 코를 고는 ‘영감쟁이’를 볼 때에 ‘에그 더러운 짐승’ 하고 옷을 입은 대로 저 윗목에서 혼자 누워 잤다. 그때에 ‘에그, 더러운 짐승’이라 함은 다만 ‘영감쟁이’의 몸뚱이가 더럽다는 뜻은 아니었다. 지금 영채의 영혼과 자기의 영혼과 하느님과 부처를 본 눈으로 ‘영감쟁이’의 때묻은 사람을 볼 때에 자연히 구역이 난 것이라. 마치 더러운 집에서 생장한 사람이, 자기의 집이 더러운 줄을 모르다가도 한번 깨끗한 집을 본 뒤에는 자기의 집이 더러운 줄을 깨닫는 모양으로, 노파는 일생에 깨끗한 영혼과 참사람을 보지 못하다가 따끈따끈한 영채의 피에 오십여 년 죄악에 묻혀 자던 깨끗한 영혼이 깜짝 놀라 눈을 떠서, 백설과 같고 수정과 같은 영채의 영혼을 보고, 그를 보던 눈으로 자기의 영혼을 본 것이라. 그러다가 영감쟁이의 ‘사람’을 보니 비로소 더러운 줄을 깨달은 것이라. 그러나 아침에 영채가 분을 바르고 향수를 뿌리고 방글방글 웃으며 들어오는 양을 보매 노파의 영혼의 눈은 다시 감기어, 어젯저녁에 보던 영채의 ‘속사람’을 보지 못하고 다만 영채의 육체만 보았을 뿐이다. 그때에 어젯저녁의 기억은 마치 수십 년 전에 지나간 일과 같았다. 그러므로 영채가 ‘생각하여 보니까 우스운 일이야요’ 할 때에 노파는 옳다구나 하고 ‘잘 생각하였다. 과연 그러하니라’ 하고 다시 영채를 돈벌이하는 기계로 삼으려 하는 욕심이 났었다. 그래서 영채를 평양에 보낸 후로부터 지금 영채의 편지를 볼 때까지 노파는 영채로 하여금 밤에 ‘손을 보’게 할 생각과, 김현수에게 이천 원에 팔아먹을 생각만 하였었다. 그러나 영채의 편지를 보매 갑자기 그러한 생각이 스러지고 칼과, 지환과, 형식의 눈물을 볼 때에 어젯저녁 떴던 노파의 영혼의 눈이 뜨였다. 노파는 오늘 아침 영채에게 ‘잘 생각하였다. 과연 그러하니라’ 하던 것을 생각하매, 일변 부끄럽기도 하고 일변 영채의 ‘속 사람’에 대하여 죄송하기도 하였다. 마치 눈앞에 영채가 보이며 ‘흥, 잘 생각하였다!’ 하고 노파의 하던 말을 조롱하는 듯도 하다.
노파의 눈에 늠실늠실하는 대동강이 보인다. 영채가 어떤 조고마한 바윗등에 서서 눈물을 흘리며 두 손에 치맛자락을 들고 물 속에 뛰어들려 한다. 그때에 자기가 “월향아, 월향아, 내가 잘못하였다. 내가 죽일 년이다” 하고 뒤로 뛰어들어가 월향을 붙들려 하였다. 그러나 월향은 고개를 돌려 씩 웃고 “흥, 틀렸소. 내 몸은 더러웠소!” 하면서 그만 물 속에 들어가고 만다. 자기는 그 바윗등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월향아, 내가 잘못하였구나? 네 몸을 더럽히게 한 것이 내로구나. 월향아? 용서하여라” 하는 듯하다. 그러고 어저께 “할 수 없소. 죽으려니까” 하고 실망하는 김현수더러 “여봅시오, 남자가 그렇게 기운이 없소? 한번 이러면 그만이지!” 하고 눈을 찡긋하여 김현수에게 월향을 강간하기를 권하던 생각이 난다. 옳다, 그렇다, 월향의 정절을 깨트린 것은 내로구나, 월향을 죽인 것은 내로구나, 하고 가슴이 타는 듯하여 입으로 숨을 쉬면서 또 한번,
“아이구, 이 일을 어쩌면 좋아요?” 하고 안타까운 듯이 두 무릎으로 방바닥을 탁탁 친다. 형식은 지금껏 이 비극을 일으킨 것이 다 저 더러운 뚱뚱한 더러운 노파라 하여 가슴이 아프고 원망이 깊을수록, 지극히 미워하는 눈으로 노파를 흘겨보더니, 노파가 심하게 고민하는 양을 보고 ‘네 속에 졸던 영혼이 깨었구나’ 하면서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리던 도적을 생각하였다. 그러고 저 노파는 역시 사람이라, 나와 같은 영채와 같은 사람이라 하는 생각이 나서 노파의 괴로워하는 모양이 불쌍히 보인다. 그러나 형식은, 노파가 아까 자기더러 ‘나는 누구신 줄도 모르고’ 하던 것을 생각하니 금시에 동정하는 마음이 스러지고 아까보다 더한 싫고 미운 생각이 난다. 그래서 형식은 한번 더 노파를 흘겨보았다. 노파는 형식의 흘겨보는 눈을 보고 또,
“아이구, 이 일을 어째요” 하고 무릎으로 방바닥을 친다. 우선은 묵묵히 앉았더니 형식더러,
“여보, 얼른 평양경찰서에 전보를 놓고 밤차로 노형이 평양으로 가시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