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그믐께?” 하고 우선은 놀라며, “그렇게 급히?” 한다.
“구월에 입학을 못 하면 일년을 잃게 되겠으니까.”
“그러면 무엇을 배울 터인가.”
“가보아야 알겠지마는 교육을 연구하려네. 내가 지금껏 경험한 것도 교육이요, 또 지금 조선에 제일 중요한 것도 교육인 듯하고…… 하니까 힘껏 신교육을 연구해서 일생 교육에 종사하려 하네.”
“교육이라 하면?”
“무론 교육이라 하면 소학 교육과 중학 교육을 의미하는 것이지. 지금 조선은 정히 페스탈로치를 기다리는 때인 줄 아네. 조선 사람을 전혀 새 조선 사람을 만들려면 교육밖에 무엇으로 하겠나. 어느 시대 어느 나라가 아니 그렇겠나마는, 더구나 시급히 낡은 조선을 버리고 신문명화(新文明化)한 신조선을 만들어야 할 조선에서는 만인이 다 교육을 위하여 힘써야 할 줄 아네. 자네도 문필에 종사하는 터니 아무쪼록 교육열을 고취해 주게. 지금 교육은 참 보잘것이 없느니…….”
“그러면 사 년 동안 교육만 연구할 텐가.”
“사 년이 길어 보이나. 충분히 연구하려면 십 년도 부족일 것일세.”
“그런 줄은 나도 아네마는 교육 한 가지만 연구하겠는가 말일세.”
“무론 거기 관련하여 다른 공부도 하지. 다른 교육을 중심으로 하고 공부한단 말일세. 특별히 사회제도(社會制度)와 윤리학(倫理學)에 힘을 쓸라네” 하고 ‘너는 이 뜻을 잘 모르겠다’ 하는 듯이 우선을 본다. 우선은 실로 그 뜻을 잘 몰랐다. 그러나 자기의 어림으로 ‘대체 이러이러한 것이어니’ 하였다. 그러고 웃으며,
“그러면 자네의 아내…… 무엇이랄까, 스위트 하트는?”
형식은 웃고 얼굴을 좀 붉히며,
“내가 알겠나.”
“누가 알고…… 남편이 모르면.”
“제가 알지…… 지금 세상에야 지아비라도 아내의 자유를 꺾지 못하니까.”
“그러면 아무것을 배우든지 자네는 상관하지 않는단 말일세그려?”
“물론이지. ‘저’라는 것이 있으니까…… 누구나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권리가 있으니까. 남의 힘으로 어떻게 다른 사람의 ‘저’를 좌우하겠나. 남더러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오’ 하고 충고하거나 알려 주는 것은 좋지마는, 내가 이렇게 생각하니 너는 이렇게 해라 하는 것은 참람한 일이지.”
우선은 미상불 놀랐다. 그러나 그럴듯하다 하였다. 그러면서도 설마 그러하랴 하였다. 그러나 더 토론할 생각도 없었다. 다만 형식의 사상은 자기와는 다름을 깨닫고 혼자 고개를 끄덕끄덕하였을 뿐이다. 형식은 우선의 이마와 입을 보고 빙그레 웃는다. 이기었다 하는 기쁜 빛이 보인다. 노파는 두 사람의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몰랐다. 다만 형식이가 어디로 간다는 줄만 알았을 뿐이다. 세 사람은 각각 딴세상 사람이다. 우선과 형식은, 혹 같은 세상 사람이 될는지도 모르되 노파는 결코 형식과 한세상 사람이 될 수가 없다. 한방 안에, 같은 시간에 각각 딴세상에 속한 세 사람이 모여앉았다. 그러고 서로 알아들을 만한 이야기만 한다. 그러므로 그네는 같은 세상에 속하였거니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딴세상 이야기가 나오면 문득 눈이 둥글어진다. 노파는,
“이선생께서 어디를 가셔요?” 하고 가장 놀란 듯하다. 두 사람은 웃었다.
“녜, 어찌 되면 내월 그믐께” 하고 노파는 음력밖에 모르는 것을 생각하고 형식은, “내달 보름께 미국으로 갈랍니다.”
“미국? 저 양국 말씀이야요!”
“녜, 양국이오” 하는 형식의 대답을 이어 우선이가 껄껄 웃으며,
“저 코가 이렇게 크고 눈이 움쑥 들어간 사람들 사는 나라예요” 한다. 두 사람은 웃고 한 사람은 놀란다.
“아, 양국이 얼마나 멀게요?”
“한 삼만 리 되지요”는 형식의 말.
“바다로 한 십만 리 가요” 하고 우선이가 웃는다. 그러나 노파는 삼만 리와 십만 리가 얼마나 틀리는지 알지 못한다. 그것은커녕 삼만 리가 얼마나 먼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만 입을 헤 벌릴 뿐이다.
“여기서 동네를 열댓 번 왔다갔다하기만큼 멀어요. 그런데 크다란 쇠로 만든 배를 타고 쿵쿵쿵쿵 하면서 가요” 하는 우선의 말에 노파는,
“화륜선 타고 갑니다그려. 몇 달이나 가나요?” 하고 담배를 빨기도 잊었다.
“한 서른아믄 달 가지요” 하고 우선이가 고개를 돌리고 입을 쭈물거리고 웃는다.
“에그머니!” 하는 것을, 형식이가,
“그것은 거짓말이야요. 한 보름이면 가요” 한다. 노파는 원망하는 듯이 슬쩍 우선을 쳐다보더니,
“무엇 하러 그렇게 먼 데를 가요. 또 부인은 어떻게 하시고…… 에그머니!” 하고 노파는 몸을 떤다. 우선이가,
“부인도 같이 가지요. 이제 이선생이 부인과 함께 양국으로 가는데, 노파는 안 가보시려요? 쿵쿵쿵쿵 하는 쇠배를 타고 저 하늘 붙은 양국으로 가보지요.”
노파는 그런 소리는 들은 체도 아니 하고,
“그러면 언제나 돌아오시나요?”
“모르겠습니다. 한 사오 년 있다가 오지요. 오면 곧 찾아오지요” 하고 형식도 웃는다. 노파는 한숨을 쉬며,
“내가 사오 년을 사나요” 하고 눈에 눈물이 고인다. 두 사람은 웃음을 그치고 노파를 물끄러미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