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지, 이제는 되었소. 이제는 부모의 허락도 있고 당자도 승낙을 하였으니까, 이제는 정식으로 된 모양이외다” 하고 목사가 비로소 만족하여 웃는다. 목사의 생각에 이만하면 신식 혼인이 되었거니 한 것이다. 장로는 이제는 정식으로 약혼을 선언하는 것이 마땅하리라 하여,
“그러면 혼약이 성립되었소” 하고 형식을 보며, “변변치 아니한 딸자식이오마는 일생을 부탁하오” 하고 다음에 선형을 보고도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친다. 형식은 꿈같이 기뻤다. 마치 전신의 피가 모두 머리로 모여 오르는 듯하여 눈이 다 안 보이는 것 같았다. 형식은 자기의 숨소리가 남에게 들릴까 보아서 억지로 숨을 조절한다. 목사와 장로는 새삼스럽게 형식의 벌겋게 된 얼굴을 보고 웃는다. 선형도 웬일인지 모르게 기뻤다. 자기가 ‘녜’ 하고 대답하던 것이 기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였다. 일전 글 배울 때에 하던 모양으로 치맛고름으로 이마와 콧마루에 땀을 씻었다.
얼마 동안 서로 마주보고 앉았더니 장로가,
“그런데” 하고 목사를 향하여, “성례를 하고 미국을 보낼까요, 공부하고 나서 성례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글쎄요” 하고 목사가, “몇 해나 되면 졸업을 하겠나요?”
“선형이야 적어도 오 년은 있어야겠지” 하고 선형더러, “오 년이면 졸업을 한다고 했지?”
“녜, 명년 봄에 칼리지대학(大學)에 입학을 하면……” 하고 이번에는 곧 대답을 하고 고개를 든다. 형식의 시선과 선형의 시선이 잠깐 마주치고 서로 갈라졌다. 마치 번개와 같이 빨랐다. 그러고 번개와 같이 힘이 있었다.
“그러고 형식 씨는” 하고 목사가, “몇 해면 졸업을 하시겠소?”
형식은 어떻게 대답할 줄을 몰랐다. 목사에게 자기도 미국에 보내어 준다는 말은 들었건마는 벌써 작정이 된 듯이 말하기는 좀 부끄러웠다. 그래서,
“녜?” 하고 말았다. 목사는,
“아니, 금년 가을에 미국을 가시면 언제 졸업을 하겠나 말이오.”
“금년에 입학을 하면 만 사 년 후에 졸업을 할 것입니다.”
“그러면 박사가 되나요?”
“아니지!” 하고 장로는 여기야말로 자기의 유식함을 보일 곳이라 하여, “박사가 되려면 그 후에도 얼마를 있어야 하지” 하였다. 그러나 몇 해를 있어야 하는지를 몰랐다. 형식은 그런 줄을 알고 속으로 웃었다. 그러나 이제는 김장로는 자기의 사랑하는 자의 아버지다. 장인이다. 그래서 속으로도 웃기를 그치고,
“칼리지대학을 졸업하고 이태 이상 포스트 그래듀에이트 코스 대학원(大學院)을 공부하면 마스터라는 학위를 얻고 그 후에 또 삼사 년을 공부하여야 박사 시험을 치를 자격이 생긴답니다” 하였다. 이 말을 하고 나매 얼마큼 수줍은 생각이 없어졌다.
“그러면 형식 씨는 박사가 되어 가지고 오시오. 여자도 박사가 있나요?”
“녜, 서양은 무론 여자도 있습니다. 일본 여자도 한 사람 미국서 박사가 되었다가 연전에 죽었습니다” 하고 얼른 선형을 보았다. 부인은,
“아니, 여자 박사가 다 있어요?” 하고 놀라며 웃는다. 장로도 여자 박사가 있는 줄은 몰랐었다. 그래서 자기도 놀랐건마는 아니 놀란 체하였다. 그러고,
“여자가 임금도 되는데” 하고 자기의 유식함을 증거하였다. 목사가,
“그러면 선형이도 박사가 되어 가지고 오지. 허허, 희한한 일이로다. 내외가 다 박사가 되고” 하고 벌써 박사가 되기나 한 듯이 기쁘게 웃는다. 형식과 선형도 웃었다. 다 웃었다. 형식도 박사가 되는 듯하였고 선형도 박사가 되는 듯하였다. 부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기뻤다. 목사가 다시 말을 꺼낸다.
“그러면 성례를 하고 가는 것이 좋겠구려. 오 년 동안이나…….”
“그래도 공부를 마치고 성례를 해야지” 하고 장로가 말한다.
“그렇게 어떻게” 하고 부인이 딸에게 동정한다.
“그렇고말고요. 성례를 해야지.”
“그러면 공부가 되나. 공부를 마치고 해야지요.”
“이것도 당자에게 물어 봅시다” 하고 목사가 또 신식을 끄집어내어,
“형식 씨 생각에는 어떻소?”
“제가 알겠습니까.”
“그러면 누가 아오?” 형식은 웃고 말았다. 목사는 선형에게,
“네 생각엔 어떠냐?”
선형도 속으로 웃었다. 그러고 말이 없다. 목사는 좀 무안하게 되었다. 성례하여야 한다는 편에도 아무 이유가 없고, 아니 해야 한다는 편에도 아무 이유가 없다. 혼인을 하는 것도 무슨 이유나 자신이 없이 하였거든 성례를 하고 아니 함에 무슨 이유나 자신이 있을 리가 없다. 장난 모양으로 혼인이 결정되고 장난 모양으로 공부를 마치고 성례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고 일동은 가장 합리(合理)하게 만사를 행하였거니 하였다. 하느님의 성신의 지도를 받았거니 하였다. 위험한 일이다.


